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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소설을 읽지 않을까?
소설이 마치 영화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영화라는 것이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그 세계에 푹 몸담고 있다가 빠져나오는 일종의 오락실같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소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영화는 2시간이면 끝나지만 소설은 하루나 이틀동안 잠겨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소설을 읽지 않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내 삶에 훨씬 이로우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럼 왜 소설을 다시 읽는가?
마찬가지 이유다. 하루 이틀 동안 푹 담글 욕탕이 필요했을 듯 하다. 뇌를 한계치까지 써야하는 수학이나 과학 분야의 독서에 과부하가 걸렸을 때 문득 그냥 몸담그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빌렸던 책이 7년의 밤, 핑거스미스 등의 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달랐다.
한 편의 소설이 3장을 넘지 않는다. 무지 현실적인 몇 편의 이야기들이 연결고리 없이 툭툭 던져진다. 기담항서같은 느낌이다.
인과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내 주변의 이웃같다고 느껴진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몇몇에서는 웃음이 나고 몇몇에서는 눈물이 나려한다.
특히 킥킥대었던 작품은 '출마하는 내 친구에게'였다. 동대표로 선출된 것에 고무되어서 시 의원 선거에 나갔던 진만이. 그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다.
"진만아, 그래, 그때 네가 그 선거에서 상처받은 거 이해해. 우리도 정말 충격을 받았으니까. 우린 정말 네가 120표를 받을 줄 몰랐어. 아니, 아파트 입주 세대만 600가구가 넘는데, 어떻게 그 정도 표밖에 받지 못했을까. 성진이는 그러더라. 자기 조카가 학교 학생회장에 나갔다가 3등으로 떨어졌는데 그때도 200표 넘게 받았다고... 아마 네가 전국에서 꼴찌를 한 것 같다고...(이런 말까지 굳이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선거 이후 백만이로 친구들 사이에서 불린 건 그런 사정 때문이었어.)
백만아, 아니 진만아.
성진이는 그러더라 네가 이번엔 조류독감 때문에 출마하려는 거 같다고... 그게 사실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지만, 아니, 진만아. 그런다고 죽은 닭들의 영혼이 위로되겠니? 우리 동네엔 양계장 하는 집도 없잖니? 닭들은 투표권도 없잖니?"...
싸늘한 웃음 뒤에서 진만이를 바보로 만드는 편지 한 통이 꽤나 웃겼다.
모두 그런 이야기들이다.
지친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소설을 읽기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맞는 책 같다.
작은 단상이 큰 울림을 준다.
오랫만에 가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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